이 글의 가장 큰 문제의식은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이다. 그런데 이 점을 좀 더 올바르고 사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게 우리는 무엇인가로 문제의식을 바꿔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던, 혹은 가리어져 있던 100년 동안의 한미관계의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지난 세기, 미국과 한국의 현격한 국제적 위상 차이가 한미관계의 진실에 접근하는 열쇠이다. … 이 책이 학문적으로 기여한 점 하나를 굳이 꼽는다면 한미군관계사에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인 구한말 미군 교관파견 문제에 대해서 기존 해석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를 발견 한 것을 들 수 있다. 기존 연구는 미국이 현역 군사교관을 조선에 파견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에 관해 미국 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1880년대 미국외교자료 분석을 통해, 미 상원이 현역 군사교관의 조선 파견을 승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미관계와 관련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여 기존 해석을 수정할 수 있었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을 연구하고 저술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은 전혀 아깝지 않으며, 그 자체로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