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에서 BIM과 전산화 설계 기법의 영향에 대한 고찰

건축에 대한 구상과 지어질 건축에 대한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건축 ‘도면’의 의미는 그 확고한 역할을 자리 잡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 최근 들어 그 존재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알베르티와 근대 이후의 건축 업역의 분화에 의해 유지되어온 ‘설계’와 ‘시공’ 작업 간의 확실한 분리가 최근에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건축 ‘시뮬레이션’에 의해 도면의 역할이 대체되면서부터다. 건축에서 ‘도면’은 ‘시공 결과’를 표현한 것이 본분이라면 건축 시뮬레이션은 건물의 ‘성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건축 시뮬레이션은 마치 건물처럼 역할을 한다. 어떤 조건을 부여하면 실제 건물과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건물과 대등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같은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건물의 성능에는 여러 범위가 있을 수 있다. 구조적 성능, 환경적 안락함, 에너지 소비, 소모 비용, 공사 기간, 기능적 효율성, 건축 법규 준수 사항 등 그 외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다. 설계안을 고르는 데 ‘성능’이 주된 판단의 기준이 된다면 필요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쉬운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미학적 부분이나 감각적인 판단도 설계안의 성능으로 본다면 모델링을 통해 얼마든지 성취할 수도 있다. 성능 평가만으로 설계안을 판단하기 힘들 경우 그 밖의 정량적인 요소들이나 다른 것들에 좀 더 비중을 두어 판단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앞으로 도면의 죽음에 따른 다음 세 가지 영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탐구해보기로 한다. 그것들은 (1) ‘건축’을 업역으로 하는 직업들, (2) 건축적 사고 또는 아이디어 작업의 특성, (3) 우리 사회, 문화에서 ‘건축’의 역할 등 세 가지이다. 이것들을 탐구해봄으로써 현존하는 관련 디지털 기술의 정확한 내용을 살펴보고, 이것들이 건축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들을 살펴볼 것이며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될 이 기술들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하게 예측해보기 위해서이다. 이 책의 목적은 새로운 환경에 놓인 ‘건축’을 업역으로 하는 직업의 미래 모습에 대해서 활발한 논의를 가능하게 하고 좀 더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